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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친구가 생각납니다.
그것도 아주 오래 묵은 친구가.
이건 뭐 지하에 저장해둔 와인도 아니고 뭘 그리 오래 익혀두었는지..그 친구를 떠올리면 오크통에 밴 포천막걸리의 잔향이 느껴지네요.
중학교 고등학교 겹동창이던 이 친구는 졸업 이후 연락이 끊겼었지요. 다들 그렇듯이.
그러다 수십년만에 편지가 온겁니다. 종이편지가요. 혹시 아시나요?
예전에는 이메일이 아닌 종이에 글을 써서 부치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손글씨로 말이죠. 믿어지지 않겠지만.
이 친구는 저를 찾기 위해 경찰의 도움까지 입었던 모양입니다.
이 놈 좀 찾아달라고. 꼭 잡아야 한다고.
하긴 제가 졸업 후에 이사만 해도 열차례가 넘게 다녔으니 찾기도 영 쉽지 않았을겁니다.
물론 핸드폰도 없던 시절이지요.
그래서 만난 그 친구는 천안에 살았고-일년에 한번 또는 이년에 한번꼴로 얼굴 마주하고 소줏잔을 마주 하곤 했습니다.
오늘-그 친구가 떠오르는군요.
친구란 무엇일까요?
고교 동창이면 다 친구일까요?
고교동창들이 모두 잘 살기를 축복하는 사이는 분명코 아닐겁니다. 서로가 서로를 비교해보고 우월감에 우쭐도 하고 자존심에 스크레치도 생기는 사이죠. 나아가 내 물건 하나 팔아볼 요량으로 달라붙는 사이이기도 하고요.
친구라면-그건 완전히 다른 영역이고 싶습니다.
친구(親舊)는 안지 오래 된 사람입니다.
오래 되었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린왕자에게 여우가 말했듯이 길들여졌다는 뜻일겝니다.
친구는 길들여진 사람인가요?
친할 친(親)은 나무(木) 위에 서서(立) 바라보는(見) 형상으로 보아도 좋습니다. 내 친구가 어디 쯤 오나...지금 뭐 하나...
물론 더 근원적인 의미를 보면 신농씨가 등장하고 부모 자식 관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글자입니다만 지금 필요한 것은 뿌리가 아니라 입사귀이며 가슴뜰에 떨어지는 한잎의 스토리입니다.
안지 오래 된 이의 혼은 내 심장에 이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문득 문득 떠오를 수밖에 없지요.
또 한 그가 진정 행복하길 바란다면 그건 친구 맞습니다.
반면 그가 잘 되는 것이 배가 아프다면 그건 지인이지 친구가 아닙니다. 한번 상상해 보세요.
당신의
친구가 갑자기 로또가 되거나 횡재를 만나 부자가 되고 와이프는 심하게 아름답다는 것을 알면 기분이 어떨 것 같으세요? 그게 내 일처럼 흐뭇하다면 당신은 정말 소중한 우정을 품은 것입니다.
자식이 명문대에 합격하거나 대기업에 입사하게 되면 가슴 터지게 기쁜 이유도 자식과 내가 혼줄이 이어져 있기 때문이지요.
안예은이라는 가수는 홍연이라는 노래가사에서 그 느낌을 아름다이 노래하기도 했지요.
애인이나 자식만 그 실이 이어져 있는건 아닙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펜을 잡아 친구에게 조촐한 손글씨 편지를 하나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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