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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어 심히 좋은 날

타타오의 이야기

by 타타오(tatao) 2020. 3. 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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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바람이 솔찬히 불었습니다.

내 사는 곳이 섬마을이어서일까요? 다른데도 이랬을라나요?

양뺨을 후려치는 바람의 속도-뭔가 재촉하는듯한 질풍노도-

바람은 여지없이 폐 속으로 스며드는데 우리 가족은 마당에 잔디를 통째로 들어내는 삽질을 했지요.

아내는 정원을 사랑합니다. 힘들어 죽겠어하면서도 즐거이 일하죠. 나로선 이해하기 힘든 영역이지만...제가 유튜브 영상 올리고 블로깅하는거 보면 아내도 비슷한 걸 느낄지도 모르겠어요. '저 힘든거 왜 하나..?'

어릴 적에 맞는 바람과 나이들어 맞는 바람은 꽤 맛이 달라요.

어려선 바람도 달았죠. 이젠 뼛골이 쑤시는 바람입니다. 그래도 전 바람이 싫진 않아요. 다만 내가 창밖으로 바라보는 바람이 더 편안하긴 하죠. 음....다시 사랑해 볼까요? 내 가슴 속에 바람에 다시 불을 피워올려볼까요?

문득 어려서 좋아했던 시인이 떠오릅니다.

폴 발레리----

제가 또 사랑하는 앙드레 지드의 친구이기도 했죠. 그러니 저랑도 친구? ㅎ

발레리는 독특한 사람입니다. 지성의 우상에 탐닉한 ㅡ책을 씁니다. 전서(全書) [공책 Cahiers]이 사후 29권의 사진판으로 간행되죠. 그 양이.... 3만 쪽이나 되는. 오 마이 고쉬!

그리고  시작을 멈춰버립니다. 무려 20년이나! 완전 극단적이네요. 이 지독하게 멋진 시인이 말이죠. 그러다가 나중에야 다시 펜을 잡습니다. 그리고 [해변의 묘지]-라는 위대한 시집을 내죠.

 

그는 죽어서도 해변의 묘지에 묻힙니다.

여기가 발레리의 묘지입니다.

하도 멋져서 저도 해변가의 묘자리를 알아보고 싶어졌을 정도네요.

그의 대표작 [해변의 묘지] 는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말미의 한 덩어리 싯귀들이 환영처럼 제 가슴의 거리를 날아다닙니다. 상당한 장시인데 여기는 뒷 부분입니다.

우리 같이 느껴볼까요?

.

 

 

 

 

-그래! 광란을 타고난 위대한 바다여,
태양의 무수한 우상들로 구멍 난,
그리스 망토와  표범의 가죽이여,
침묵과 흡사한 소란 속에서,
반짝이는 네 꼬리를 다시 깨물며,
네 푸른 살에 도취해 날뛰는, 절대적 히드라여!

바람이 분다!...살아야겠다!
세찬 바람은 내 책을 여닫고,
파도는 분말로 바위에서 마구 솟구치나니!
날아라, 온통 눈부신 책장들이여!
부숴라, 파도여! 뛰노는 물살로 부숴버려라
삼각돛들이 모이 쪼던 이 조용한 지붕을!-


'바람이 분다!...살아야겠다!'

그 중 저 구절은 아마도 영원히 내 가슴을 떠나지 않을겁니다. 화살처럼 날아와 제 심벽에 꽂혔으니까요.

20대여서 그랬을까요? 아니야. 지금도 그 화살을 뽑고싶지않습니다. 오히려---

그 화살끝의 은회색 깃털을 매만져봅니다.

그리고 귀를 살며시 대 보죠. 그날의 바람소리-거기 묻어 있던 젊은날의 바람이 소근대는 소릴 들어봅니다.

들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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