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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상장을 받아본 일이 있다! (세상에...ㅎ)
그 상장에 어렴풋이 이런 글귀가 기억난다.
'넌 타인의 귀감이 되므로 이 개근상을...'
좋은 말이려니 하고 생각했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문득 뺨이라도 맞은 듯이 정신이 번쩍 난다.
'귀감'이 뭐지?
모범이라는 의미로 이해가 가긴 하는데 한자로는 거북 구龜, 거울 감鑑이다. 거북이와 거울이 거기서 왜 나와?
거북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이것!
갑골문이다. 거북이 배딱지, 소의 어깨뼈 등에 새겨진 신비로운 문자!
가장 오래 된 한자-한자의 시원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은허 지역에서 발굴되었으며 상나라의 문자로 보고 있다.
은허? 동이족이 주도하던 지역이다. 동이족? 우리 민족...그래서 한자는 원래 우리 민족이 지은... 뭐 그런 이야기는 본 주제가 아니므로 패스!
거북이 배 껍데기에 새겨진 글씨라.... 이것은 점치는데 주로 활용되었다.
자! 이 장면을 고대로 파견 보낸 향단이의 육성으로 들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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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단이: 와! 여기가 상나라의 중심지인 은허 지역입니다. 생각보다 웅장하네요! 지금 왕과 신하들이 저를 쳐다보고 있고, 아니... 여기 점치는 분을 보고 있군요. 오늘 무슨 국가 대사를 점치는 날인가 봅니다. 딱 맞춰 왔네~앗싸!
그럼 여러분을 대신해 제가 몇 가지 물어보렵니다. 점쟁이님?
정인: 나 점쟁이 아니거든? 정인이라고 불러줘.
향단이: 정인은 애인이라는 뜻인데? 당신은 내 스타일 아냐. 미안!
정인: 정인(貞人)은 점을 집행하는 사람이며 마음이 곧아야 하므로 지금은 그게 곧을 정으로 쓰이지. 원래는 점칠 정貞이라고. 점은 모름지기 돈을 내야 한므로 점 복 아래 돈을 뜻하는 조개 패 貝가 들어간 것이고.
그건 그렇고 넌 누군데 이 신성한 점사 장소에 와서 어지럽히느냐?
향단이: 오... 저 때문에 마음이 어지러워지셨나요? 우리 정인님! 이해해요. 그런데 주로 뭐에 대해서 점쳐요?
정인: '올해 풍년 들겠습니까?' '전쟁은 나지 않것쥬?' 이런 걸 묻지.
향단이: 그럼 대답은 어떻게 들어요?
정인: 아.. 이건 내 직업적 노하운데... 이리 가까이 와봐.
먼저 질문을 거북이 배딱지에 새기고
쑥대에 불을 붙여 홈을 파놓은 뒷면에 대고 있으면
앞면에 거북딱지가 투툭-소릴 내면서 갈라지는데 그때 卜자가 나타나거든?
이 卜자의 옆에 늘어진 획이 수평이거나 위로 향하면 길한 거고 여름날 개 혓바닥처럼 추욱 늘어지면 흉하다고 보는 거야. 그럼 나는 그 길흉을 풀이해주고 최종 결과를 기록하지. 알았나? 이제 꺼져줄래?
향단이: 그런데 그게 맞아요? 정말? 진실로? 거짓말하면 간지럼 태울 거야!
정인: 아니 이 여자 왜 이래? 부정 타게. 썩 물러가지 못할까!!!
향단이: 내 점 하나 봐줘요. 안 그러면 나 이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안 움직여. 10년이 되고 20년이 돼도 안 움직일 거야.
정인: 아오 미치겠네! 뭐가 궁금한데?
향단이: 내 사랑이 올해는 이뤄질지 알고파요!
지금 정인께서 제 점사를 거북이 배딱지에 새기고 있습니다. 네! 여러분은 제 덕택에 3500년 전 갑골문의 제작을 현장 중계로 듣고 계십니다. 그리고 불에 그슬르는군요! 앗! 툭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점 복卜자가 새겨졌을까요?
정인: 음... 점 복자가 해괴한 형상을 한 것을 보니 자네 임자 있는 남자를 마음에 품고 있는 거 아닌가?
향단이: 앗! 어떻게 알았지? 그럼 전 이만.........(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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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저 향단이 중계 보고 있노라면 불안해서리...ㅠㅠ
자! 이와 같이 갑골문은 신의 대답을 듣는 것으로 간주되었고 그래서 당연히 사람들에게 중요한 체크포인트가 되었다.
그럼 거울 감鑑은 또 뭔가?
거울을 보면 자신이 비친다. 나 자신을 살핌이 감이다. 그러니 귀감을 이야기하자면-
신의 계시를 따르고 그것에 부합하는지 나 자신을 돌아본다.
라는 뜻이 되겠다. 즉 신의 계시 레이어와 나 레이어를 합쳐본다는 의미다.
자! 여기서 또 하나의 파동을 잡아내는 게 문자 인문학의 즐거운 일이다.
鑑이라는 글자에 왜 쇠 금변이 붙어있을까?
유리가 생기기 전에는 청동을 잘 닦아 거울로 썼다. 그 청동으로 세숫대야를 만들고 거기 물을 담아 세수를 하곤 했다.
물론 왕족이나 부유층의 이야기다.
상(商) 나라의 탕왕(湯王)이 스스로를 경계하기 위하여 자주 사용하던 쟁반에 새겨 놓았던 글인 茍日新 日日新 又日新-
날마다 새롭게 발전하기를 잊지 않고자 그는 이렇게 청동 대야에 새겨놓았던 것이다. 그 세숫대야에 얼굴을 씻다가 문득 또 물에 일렁이는 자기 얼굴을 보고 또 그 글귀를 본다. 말하자면 좌우명이며 스스로의 결심이다.
아래 링크에 예전 포스팅이 있다. 댓글 제로 ㅠㅠ...한번 보셔유. 내용 참 좋은디...으흡....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유래-알아두면 훈훈할 이유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우리가 매우 자주 쓰는 성어(成語) 중의 하나입니다. 아마도 성실(誠實),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다음으로 사랑받는 성어가 아닌가...싶은데요. 아...아닌가 보네요. 정�
munjado.tistory.com
이런 것으로 자기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다시 귀감(龜鑑)을 정신적으로 정리해 본다.
龜-----------------내면의 목소리(신의 계시)
鑑-----------------스스로의 결심
내면의 울림과 나의 결심-
귀와 감이 가까워짐이 화평의 길이며 나아감의 길일진저!(고어체 한번 써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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