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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필도 조건이 있다. 감히 악필을 자부하지 마시라.

펜글씨 道

by 타타오(tatao) 2020. 9. 1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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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옛날 노래가 흥얼거려지네요.

월남에서 돌아온~새까만 김상사~

이 노랠 아신다면 연세가 지긋지긋하신 분입니다.ㅎ

 

오늘 제가 이상한 짓을 하고 있습니다.

원고지에 손글씨를 쓰고.... 방안지에 펜글씨를 쓰고...

그것도 이 색 저색(욕 아닙니다) 섞어서 쓰고 

그것을 칼로 오려서 딱풀로 노트에 붙이고....

이게 뭐하는 짓일까요?

이건 제가 응답하라 1988(제 자신의 1988년)에서 했던 일을 다시 한번 재현한 것이지요.

그 해에는 네 가지 격변이 있었습니다. 

탄탄한 직장을 그만 뒀고요. (ㅌ ㅍ ㅇ)

서예 펜글씨 학원 수강을 시작했습니다.

제 첫 딸 카니가 태어났고요.

마지막으로 제가 펜글씨를 가르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게 왜 충격이었냐면....저는 압도적 악필이었거든요.

악필이 뭐냐고요?

몇 가지 조건이 있는데 아 귀여운 아기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여러분도 스스로의 글씨를 판단해보실 기회죠.ㅎ

1-보면 볼수록 힘이 빠져!

2-글씨에 힘이 없고 질서가 없고 맺고 끊는 데가 없어!

3-자꾸 보아도 여전히 속이 매스껍고 기분이 안 좋아~!

4-쓰는 사람도 똥꼬가 막히고 답답해져. 기분이... 안 좋아~!

여러분은 악필 아닌 게 분명하죠? 대충 겸손한 척 악필이라고 하지 마세욧!^^

그런 악필이었던 제가 쇼생크 악필 탈출을 선언하고 서예를 열심히 했더랍니다.

그런데 어느 날 천하제일 펜글씨 선생님이 그만두시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당황하신 원장님은 엄한 저를 붙들고 사정을 하셨죠.

"타타오! 저 길 잃은 펜글씨 학생들을 어쩌면 좋겠어? 당신이 어떻게 좀 지도해 봐~!"

저는 천하에 착하기론 둘째가라면 섭섭한 사람이었답니다.(쿠쿵! 웬 자랑질?)

그리고 겁도 없었죠. 그래서 그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3일간의 말미를 주세요!"

그런데 악필인 제가 그들을 어떻게 가르칠까요?

미션 임파서블? 노노노!

그런 건 내 인생에도 여러분의 인생에도 없습니다.

저는 떠나가신 절대고수 선생님의 글씨들을 여러 공책에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글씨들을 오리고 딱풀로 붙여서 제가 급히 공부할 교본을 만드는 작업이었습니다.

그게 바로 이런 식입니다. 이렇게 저만의 교본 노트를 만들었습니다.

 

타타오 손글씨 체본 누더기

3일이라는 시간-짧다면 짧지만 길다면 깁니다.

이걸 모두 3일간 썼다는 게 아니라 처음에는 내려긋기만 미친 듯이 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폼잡고 내려긋기를 시범 보이죠. 그러면 순진한 학생들은 내가 자기네보다 악필인걸 모르고 그걸 따라서 씁니다.

그날 밤 그다음 체본을 보여줘야 할 옆으로 긋기를 맹렬히 연습합니다.ㅎ

이렇게 하여 결국은 펜글씨도 가르치게 되는 운명의 변곡점을 맞이 했지요.

문득 과거가 새록새록 떠오르는 가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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