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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更年期)-오늘 이 단어를 커피와 함께 음미해본다.
이 단어에는 수많은 관념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그래서인지 단어 자체가 엄청 부담스럽게들 느끼곤 한다.
사춘기 때 시작되었던 성적인 시동, 열정의 발동이 갱년기에 이르면 털털털털트르르르르~~~~~하며 시동이 꺼지는 것처럼 집단최면이 되어 있다. 남자는 성호르몬이 급속 저하된다고 하고 여성은 수익성도 없는 난자를 더 이상 생산 않기로 하고 셔터를 내려버린다. 그리고 이런 간판이 올라간다.
"아기 생산 접었으니 찝적대야 소용없음"
여성이 더 이상 생명을 잉태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게 안팎으로 엄청난 변화를 야기한다.
'난 이제 여자로선 끝인가...?'
하지만 갱년기-이것은 퇴보가 아니라 진화의 여정이다.
우주선이 대기권을 뚫고 올라갈 때 일정 지점에 이르면 무거웠던 몸체로부터 분리되어 핵심부분만 계속 날아간다.
이것은 슬픈 일인가? 당연히 아니다.
너무도 홀가분해진 것이다.
무겁게 무언가를 지키고 뭔가를 짊어지고 끙끙대며 살아가야 했던 지난날과 아듀~! 을 고하는 순간이다.
여성은 엄마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다.
아기 생산이라는 위대한 과업을 마치고(또는 패스 하고) 이제 그 세션을 졸업함에 이른 것이다.
남자 입장에서는 여성을 도와 생명을 확장하는 데 성공하고 이제 의미가 약해진 가임능력을 조금씩 접기 시작한 때이다.
늙어서가 아니다. 이제야 말로 남녀 모두 시작해야 할 인생의 진정한 관건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제 일정기간 보류했던 자기 삶의 빗장을 열어야 한다. 자식으로서도 아니고 부모로서도 아닌 나 자신으로서의 삶 말이다.
'나는 누군가?'
그리고
'내가 진정 바라는 건 뭔가?'
무엇으로 나의 가치를 실현할 것인가?
식욕 성욕 수면욕은 동물도 가진 욕구다. 인간이 그걸 넘어서는 욕구가 있으니 바로 자기 가치 실현의 욕구다.
무엇이 자기 가치인지를 아는 방법-
-무엇을 할 때 난 힘든 줄을 몰랐던가?
-무엇을 할 때 난 칭찬받았던가?
게임을 하거나 고스톱을 칠 때도 밤새 힘든 줄 몰랐을 수 있다. 다만 그것은 고급스러운 가치 실현이 아니어서 칭찬을 받기는 대략 난감하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되는 일은 내게 무엇이었을까? 다시 내 꿈을 찾아보고 다시 내 정체성을 돌아본다. 주변에 도움이 안 되는, 세상에 도움이 안 되는데 나만 중독되었던 무엇이 있다면 이제 고치고 변할 때다.
更에 두 가지 뜻과 발음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다시 갱更, 그리고 고칠 경更
갱년기 벗님들이여!
이제 다시 새 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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