紅 : 붉을 홍 一 : 한 일 點 : 점 점
직역: 붉은 한 점
의역: 많은 남성 사이의 여성 한 명
홍일점의 의미를 이 정도로 알고 넘어가면 아쉽다. 그 유래에 엄청난 아름다움과 문학성과 비유적 메타포가 곡진하게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검색을 해보면 북송시대 왕안석의 시(석류를 읊다)에 나오는 부분으로 되어있다. 그 시는 그야말로 절품(絶品)이다. 끝내주는 시라는 뜻이다.
萬綠叢中紅一點(만록 총중 홍일점)..
푸른 숲 가운데 한 점 붉음이여
動人春色不須多(동인 춘색 불수다).?
사람을 감동시킴에 무슨 많은 색이 필요하랴?
참으로 절묘한 시구다..
그런데 진정 흥미로운 일은 그 뒷일이다.
어느 날 화공을 뽑는 국가시험이 있었는데 그 화제(畵題)가 다름 아닌 “홍일점(紅一點)”이었다. 수많은 응시생들은 그 뜻 모를 화제를 보고 웅성거렸다.
“홍일점이라... 그게?”
“붉은 한 점이라니? 그 걸로 무슨 그림을 그리라는 거야?”
그러다 시한이 되어 모든 그림이 거두어졌고 당대 최고 화공과 학자들의 심사를 통해 세 명의 최종 후보가 결정되었다.
그중 하나는 이런 그림이었다.
“ 복사꽃 숲을 빠져나온 흰 말의 엉덩이에 붙은 한 점 붉은 꽃잎”
사람들의 감탄이 나오며 수런거렸다.
“그거 참 절묘한 비유네! 흰말 엉덩이에 붉은 복숭아 꽃잎 하나 따악 붙은 거 저것이 홍일점 아니겠나? 이거야 말로 그림 속에 시가 있구나!”
두 번째 그림이 발표되었는데 이런 그림이었다.
“온통 푸른 숲 속에 한 점의 붉은 꽃”
사람들은 탄성을 지르며 더 크게 환호했다.
“와! 감동일세 감동이야! 이보다 더 홍일점을 선명하게 비유할 수는 없을 거야. 두고 보게나!”
세 번째 이름 모를 화공의 작품이 베일을 벗자 모두 숨을 죽이고 말았다.
그 그림에는 수많은 남자들이 있었고 그 사이에 한 여인이 서 있을 뿐이었고 그림 어디에도 붉은 색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 그림 속에서 모두 하나같이 붉은 한 떨기 아름다움을 느끼고야 말았으니 그 어리둥절한 비유에 전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 것이다.
그 작품이 만장일치로 장원에 뽑히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홍일점이 남자들 속에 한 명의 여자-라는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이다.
그 놀랍던 은유가 이제 다시 흔해빠진 표현이 되어버린 것일까? 아니다. 아직도 이 은유는 생생하게 살아있다. 꼭 여자에 국한되는 것도 이미 낡은 생각이다. 수많은 닭 사이에 홀로 선 학이 홍일점이며 많은 흔한 것 사이의 귀한 것이 홍일점이다. 많은 당연함 사이의 이상함이 홍일점일 수 있다. 모두 Yes! 하는데 한 사람의 소신에 찬 No! 가 홍일점이기도 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명작 쉰들러 리스트의 포스터를 보라. 그 역시 홍일점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재창조해낸 한 인물이다. 당신은 홍일점일 수 있는가? 있다면 세상에 어떤 붉은 한 점을 더하는 홍일점인가?
모두가 고정된 패턴에 익숙하게 살아갈 때 홀로 일어나 자기만의 것을 만들어 내는 미친 크리에이터들이 홍일점이다. 테슬라, 갈릴레이, 뉴튼, 그리고 다들 도망갈 때 겁 없이 열두 척의 배를 가지고 일본 왜군과 맞서 그 군세의 허리를 부러뜨린 이순신 장군이 홍일점이다. 어쩌면 가장 뜨겁도록 붉은 핏방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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