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점프 천하제일미인대회-낙안(落雁) 왕소군(王昭君)

정확히는 제1회 동서고금 총망라 천하제일 미인대회였습니다만 사회적 거리 두기 관계상 랜선으로 이렇게 미인대회를 개최합니다. (와 아아 아~!!!^^)  1세기 전 전한 시대로 첫 출연자 왕소군을 취재하러 간 리포터 마시를 연결해 보겠습니다. 마시 리포터?!

마시: 쉿! 아저씨 조용! 저 지금 촬영중이예요.

타타오: 뭔 일이야? 왕소군 어딨는데?

마시: 왕소군이 갑자기 미인대회 안 나간다고 완강히 버티는 바람에 제가 갑자기 대역을 맡게 됐다고요. 미치겠네...

타타오: 애궁! 어떡하냐? 지금 이 포스팅 보려고 벗님들 엄청 오셨는데...ㅠㅠ 지금 어떤 장면이야?

마시: 지금 저는 한나라 궁녀로 살다가 흉노족 왕인 선우의 요청으로 그의 나라로 가는 중이지요. 으흡...ㅠㅠ

타타오: 마시! 그렇다고 울긴 왜 울어? 이렇게 된 거 연기 한 번 멋지게 하자고.

 

왕소군: 마...시? 마시가 누구죠? 저는 왕소군이랍니다. 저는 지금 너무 슬퍼서...ㅠㅠ

타타오: (아.... 그녀가 마시에게 빙의된 모양입니다.) 왕소군! 지금 무엇이 그리 슬픈 거요? 고국을 떠나 오랑케 나라로 시집가는게 슬퍼서?

왕소군: 아닙니다. 그것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는 게 슬플 따름이지요.

타타오: 궁녀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원제를 이르는 것이오? 아 그 사람은 궁녀만 해도 몇천 명인 데다가 당신이 누군지도 몰랐다던데 뭘 그러시오?

왕소군: 맞아요. 한원제는 화공들에게 궁녀의 얼굴을 그리게 하여 그 그림을 보고 그날 밤 동침할 궁녀를 결정했지요. 그러니 황제와 한번 엮여보려는 수많은 궁녀들은 화공을 돈으로 매수하곤 했답니다. 예쁘게 그려달라는 거죠.

타타오: 황제의 사랑을 받는 것-그것이 은총(恩寵)이라는 말의 어원이기도 했으니 이해는 가오. 신분상승의 절호 기회일 테고. 그런데 소군, 당신은 돈이 없어서 화공 모연수를 매수하지 못했고 그래서 화공이 당신의 얼굴에 큰 점을 하나 찍어 황제에게 올렸다던데 사실이요?

왕소군: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실은 제가 돈을 주고 그 흉한 점을 찍어달라고 화공을 매수했답니다. 제가 떠나는 날에야 그 사실이 들통나 화공은 결국 죽음을 당했지요.ㅠㅠ

타타오: 아니...왜 당신은 그런 짓을?

왕소군: 저는 황제의 여자가 되기 싫었거든요. 제 정인은 따로 있었습니다. 궁녀로 들어오기 전에 죽도록 사랑했던...

타타오: 무슨 소리요? 궁녀를 비롯한 궁 안의 모든 여인은 황제의 것이거늘! 어찌 그 외의 남자를 마음에 품었단 말이오?

왕소군: 법도는 그러하나 사랑은 법도를 아득히 넘어서더이다. 내 당장 목숨을 끊고자 하였으나 그리하면... 나라가 흉노의 말발굽에 짓밟힐지도 모르는 터라... 후우...ㅠㅠ 지금의 제 심정을 노래로 해볼까요?

타타오: 그래 주시오. 우리 벗님들과 함께 가슴을 열고 들으리다.

왕소군:

한나라 비로소 번성하여

조정에는 장군이 넘쳐나건만

어찌 하필 박명한 아녀자를 보내는가?

괴로워라 멀고 먼 화친의 길

눈물을 삼키며 궁궐을 작별하고

슬픔 머금은 채 흉노 땅을 향하네

선우(흉노왕)는 놀라 그저 기뻐하지만

내 웃는 얼굴을 결코 볼 수는 없으리

오랑캐 땅에는 꽃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구나!

저절로 허리띠가 헐렁해지네

가는 허릴 원하는 거도 아닌데...

타타오: 아.....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다(春來不似春) 이 말이 당신에게서 나왔구려! 앗! 저기 저 기러기가...! 당신의 미모에 취했는지 떨어져 버렸네요! 낙안(落雁)이라는 말이 꾸민 말이 아니라 실제였군요!

왕소군: 그게 다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나를 예뻐해 줄 사람이 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데...

타타오: 소군! 하지만 당신은 흉노의 나라에서 선우 왕의 사랑을 더없이 받게 될 거요. 한나라의 수천 궁녀 중 하나가 아닌 한 여자로써 진실한 사랑을 받게 되다는 말이오. 그리고 수많은 자손을 둔 진정한 어머니가 된다오. 그러니 부디 눈물을 거두고...

 

 

마시: 왜 아저씨가 눈물이 어룽거려요? 저의 왕소군 연기에 완전 몰입하신 거예요? 혹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