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인가?
어릴 때는 보이는 것에 홀딱 빠져 그 주제 자체가 떠오르지도 않는다. 커서는 나보다 상대에 시선을 뺏겨 나를 잊는다. 나이 들어서는 비로소 나를 얼핏 일별(一瞥)하곤 한다. Who am I? 이 뭣고? 돌아보면 이처럼 향기로운 질문이 없다. 부디 이 질문이 싱그러운 의문으로 남아있기를. 대답은 이 질문의 종착역이 아니다. 그저 지나가는 길가에 핀 들꽃일 뿐. 나는 무엇인가? 나는 작가다. 문자도 작가다. 백범 선생이 자나 깨나 나의 소원은 대한독립이라고 하셨듯이 나는 문자도 작가며 소원도 문자도 작가다. 내 인생에 가장 가공할 유혹은 이것저것 이 꽃 저 꽃을 날아다니는 나비의 꿈이다. 이제 넓이를 추구하기보다 깊이다. 나를 진정 숙성할 때다. 문자도로 뭘 하자는건가? 안으로는 내 안의 곡신과 하나를 이루..
붓글씨, 붓그림
2020. 3. 5. 0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