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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소녀 마시-하늘 공부

문자명상 한글명상

by 타타오(tatao) 2020. 9. 22.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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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는 내게 자주 찾아오지는 않았다.

난 그녀와 떨어져 있을 때면 궁금한 것이 점점 쌓여갔다. 왜 하필 나를 찾아오는지, 왜 나를 한 동안 찾아오지 않았는지.... 난 그녀에게 무엇인지, 눈빛 속에 왜 초록빛이 일렁이는지, 언제 뭘 먹고 사는지, 학교는 안 다니는지... 그 많은 문자 지식은 어디서 솟아나는 것인지.

그런 의문이 뱃속 가득해질 때면 마시는 의문 분리수거 청소부인냥 나타나곤 했다. 마시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는 않았지만 난 그저 그녀를 [문자소녀]라고 분류해두고 있었다. 그런 직업 따위 있을 리는 없지만. 

그녀가 문자에 해박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때로는 그녀 자체가 문자라고 느껴질 정도였으니. 왜 그런지는 나야 알 리가 없다. 그녀의 고향이며 나이며 주소며 가족관계-이번에 만나면 꼭 물어야지-라고 다짐해보지만 이상하게 만나면 그런 의문은 바닥에 잠기고 다른 주제로 이야기하게 된다. 이건 아무래도 그녀가 주제를 쥐락펴락하는 모양이다. 이번에 다시 만나게 되면 그녀의 멱살을 쥐고 흔들고 툭툭 털어서라도 궁금한 걸 다 끝장을 볼 생각이다.

타타오: 아! 마시~마침 잘 왔어. 내가 물어볼 게 있거든! 아주 많아! 뭐더라... 음...

마시: 아저씨, 요즘 잠자리가 이상하지 않아요?

타타오: 갑자기 왜 화재가 잠자리로 흘러? 꿈자리 사납게.

마시: 멀리서 아저씨 집을 보면 그게 느껴져요. 예전과는 다른 파장이 보이거든요.

타타오: 맞아! 이상하게 생각이 자꾸 아득해져. 한 생각이 밤 새 떠나지 않을 때도 있고. 이러다가 완전히 비현실적인 몽상가가 되어 버리는 게 아닌가 겁나.

마시: 도무지 말도 안 되고 표현도 불가능한 그런 꿈을 꾸기도 하고?

타타오: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아? 

마시: 공부할 때가 된 거죠. 그래서 그래요.

타타오: 무슨 공부? 나 이 나이 되도록 공부는 꽤 한 편인데..

마시: 사람이 만든 거 말고 공부해봤어요?

타타오: 앵? 사람이 만든 거 말고... 그런 공부가 뭐가 있을까?

 

 

 

 

마시: 하늘공부! 

타타오: 하늘? 저 위에 파란 거?

마시: 저 파란 게 하늘이 아니죠.

타타오: 아! 그건 빛의 산란 작용 때문에 파랗게 보인다더라. 하늘…까맣고 아득한 공간 말하는 거지?

마시: 까맣고 아득한 그것도 하늘이 아니지요.

타타오: 그럼 하늘이 어떻게 생긴 건데? 만질 수 있어? 그 시작은 어디고 끝은 어디인데?

마시는 내가 따라놓은 물을 마시는 시늉을 하며 뜸을 들였다. 내가 성급히 질문하며 각성이 희미해질 때 그녀가 보이곤 하는 태도임을 나는 짐작하고 있다.

마시: 하늘은 형상이 없죠. 만져지지도 안고요. 끝도 시작도 없어요. 위다 아래다 할 것도 없고요. 동서남북으로 구분도 안되죠. 텅 비고 비었거든요.

타타오: 뭐야? 그럼 있지도 않으니 없는 거네?

마시: 그래서 어디에나 있답니다

타타오: 어디에나 있다고? 그럼 마시와 나 사이에도 있단 말야? 

 

마시: 그럼요! 지금 아저씨와 나 사이에… 이거!보이지 않아요?

타타오: 보이긴 뭐가 보여? 젠장! 누구 놀리나? 안 보여!

마시: 안 보이죠? 아저씬 방금 하늘을 보았습니다.

 하늘은 원래 안 보이는 거 니까요. 하지만 모든 걸 감싸고 있죠. 아저씨의 세포 하나하나 속 소립자까지요.

 

타타오: 어이구, 하늘이 내 세포 속 누추한 곳까지 오시다니! 음.... 그러면그러면 하늘은 빈틈이 없는 거네?아예 우주에 꽉 찼구만?

마시: 그렇죠. 다 하늘입니다. 하늘그물은 성기어 보여도 물샐틈 없답니다. 여기서 잠깐 숨 쉬어 보세요. 하늘을 마셔봐요.

 

대화를 이어가다가 내가 언어의 겉에서 노는 걸 보면 마시는 갑자기 대화를 멈췄다. 내게 실감할 시간을 주는 것처럼.

하늘을 숨 쉬다........ 그러고 보니 난 하늘을 숨 쉰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던 것 같다. 하늘을 내 안에 초대해본 적이 없고 내 안의 하늘을 밖으로 보내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이제야-----이 글을 보는 님들과 함께 하늘을 호흡해 본다. 마시가 날 은은한 연둣빛 눈망울을 하고 지켜본다. 그녀가 몸에 묻혀 온 것인지 향나무 냄새가 사알 느껴진다.

타타오: 그런데 그런 하늘이 무슨 의미가 있어? 하늘은 텅 빈 공간이란 건데 그래서 뭐?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마시: 하늘의 장(Field) 안에 모든 것이 있고 아저씨도 있죠. 이 아기 개미도 있고요. 느끼진 못해도 이해는 되죠?

타타오: 어... 맞아. 실감은 안 나지만 이해는 돼.

마시: 그러므로 하늘이 움직이면 당연히 아저씨도 주변도 일제히 영향을 받지 않겠어요? 가을물 파동이 건너편에 빨래하는 친구 누나의 손등을 간지럽히듯이.

타타오: 어... 그렇지. 지금 추파秋波를 이야기한 거야? 절묘하다! 맞아, 하늘도 우리 삶에 내 인생에  어느 정도 상관이 있겠네. 

마시: 우리 귀여운 타타오님 잘 들으세요. 귀를 열고요. 눈을 번쩍 뜨고요. 온몸으로 들으세요. 상관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오직 하늘밖에 상관이 없어요. 그것밖에 없으니까!

 

마지막 마시의 말 끝에서 난 머릿속 살림살이며 가구들이 우르르 소리 내며 솟아올랐다가 완전히 재배치되는 소리를 들었다. 머릿속에서 생각의 파편들이 질주했다.

'하늘 밖에 없다고? 왜 난 그 말이 안 믿어지지? 하늘은 하나이면서 늘 있어서 하늘이라고 마시가 말했었지. 나눠질 수 없는 하늘 그러니 하나다. 그리고 늘 있지. 영원하니까 하늘이다. 하늘을 벗어난 게 없으니 모두가 하늘이다. 우리 모두가. 나도 마시도 슈퍼집 할아버지도. 그런데...'

내가 입을 열어 다음 질문을 하려는데 마시는 자신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막았다. 그리고 공간이 흔들릴세라 천천히 일어서서 나갔다. 마치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말하는 눈빛을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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