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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글씨의 과거- 그 당돌한 흑역사

펜글씨 道

by 타타오(tatao) 2020. 4. 11.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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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글씨를 참 못 썼습니다. 못 쓴다는 기준이 뭐냐 하면...

이력서를 자필로 쓰기 두렵다면 못 쓰는 글씨의 대열에 당당히 낄만 했지요.

키보드 두드리면 되지 않냐고요? (컴퓨터가 없었던 시절입니다.ㅡ ㅡ;)

그래서 글씨체의 중요성은 엄청났었지요.

그래서 교활한 저는 글씨를 꽤 잘 쓰는 여친을 사귀었더랍니다.^^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맡겨야 했으니까요. 그러다가 아예 영구적으로 내 곁에 고정계약을 하도록 했습니다. 결혼이라는 방법이 있더군요.

 

어느 날 아내가 내 글씨가 하세월 성숙하지 못하는 장면에 감탄을 했는지 이런 제안을 하더군요. “글씨를 좀 배우지 그래요?”

 

...글씨를 배워보지 않은 게 아닙니다. 중학생 무렵이던가? 종로에 유명한 펜글씨 학원이 있었고 거길 다녔죠. 일주일 정도 다니고 말았습니다. 늘지가 않으니 재미가 없었지요.

지금 돌아보면 펜글씨의 전형적인 스타일이 저와는 안맞았던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생각 끝에 글씨의 원류인 붓글씨를 배워볼까? 하는 생각을 냈고 그 즉시 전화번호부를 뒤져서 안양 중심가에 있던 서예학원을 쳐들어가 등록을 해버렸답니다.

여기서도 일주일 정도 다니다가 집어치웠습니다.............................................................................................그럴 줄 알았죠?

 

 

옆에서 아내가 지켜보는데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면 무우라도 썰어야 하는거 아닙니까?

난 부끄럽지 않은 글씨를 쓰고 말테야!

이러한 제 자신의 결심을 단단히 하기 위해서 다니던 대기업도 사표를 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 시도가 뻘짓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기한을 정해 봤죠.

 

‘3년 열심히 해보자. 그래서 안 되면 접어치우고 다시 직장을 들어가든지 하자.’

 

그래서 3년이 지난 후 제 글씨가 어떤지 볼까요?

악필

 

 

…….달라진 거라곤 글씨에 대한 이야기를 일기에 자주 쓴다는 것일 뿐-여전히 글씨는 나만의 세계에서 지리멸렬이군요.ㅠㅠ; 가독성도 좋지 않고 (물론 저 자신은 잘 읽었습니다만) 강단도 없습니다.

그런데 실은요. 저게 매우 향상된 겁니다. 저는 그 당시에 매우 만족했다니까요?

도대체 그 전 글씨가 어땠기에....한 박스가 넘는 제 일기를 어느 날 다 불싸질러 버렸습니다.

그래서 아쉽게도 그 전의 글씨 흑역사는 전해드릴 길이 없군요.

 

그 무렵 저는 계획의 수정을 가졌습니다.

글씨의 세계란 만만찮다! 10년은 해보고 결정하자!

 

그 후 10년이 지나는 과정에서 한글 판본체를 특히 많이 썼고 한자는 훨씬 더 많이 썼죠. 아예 서실을 차려서 어쭙잖은 실력에 후학을 가르치기도 했답니다. 우어....

아마도 학생들은 제가 너무나 열심히 하는 모습에 후한 점수를 줬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꽤 열심히 몰입해서 썼습니다.  밤 늦도록 서예를 하다 보면 새벽녘엔 뒤에서 벽을 타고 엄마쥐가 아기쥐들을 인솔하여 어디론가 쪼르르 이동하곤 했습니다. (왜인지 모르지만 거의 매일 이동을 하더군요. 어디 가냐고 물어보지 못한게 한입니다.) 저는 흘긋 보고 다시 글씨에 집중하곤 했죠. 그 쥐들이 보기엔 제가 하나의 풍경처럼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제가 붓을 잡은 지 30년이 훌쩍 넘었다죠.

그럼 이제 하늘도 감동하시어 펜글씨쯤은 하늘을 날아다닐 듯 쓸까요?

그게 그렇지 않습디다. ㅠㅠ

저 어렸을 때 몇 개월 연습하여 펜글씨 잘 쓰던 친구가 있었는데 지금도 그 친구보다 잘 쓰는 것 같지 않다니까요 글쎄?

저는 완전 저랑 안 맞는 엄한 곳에서 허송세월을 한 것일까요?

 

저는 좀 더 겸손해지기로 했습니다. 아직 인생은 끝나지 않았고 사람의 수명도 많이 늘었다는 소문이 있으니까요. 그러면 그 사이에 제 글씨는 여전히 제자리에서 다람쥐 쳇바퀴를 돌고 잇느냐? 그건 아닙니다. 제가 원래 꿈꾸던 그런 예쁜 글씨가 아닌 상당히 다른 글씨의 세계에서 놀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죠. 그 곳은 이상하도록 편안한 세계였습니다.

글씨가 세련되지 못해도 왠지 부끄럽지 않아져 버린 나.....(나름 득도?)

동심의 세계인걸까요? 그런 것 같습니다.

맞아요. 동심 말고는 좋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붓으로도 펜으로도 이런 식의 글씨를 쓰게 되었습니다.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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