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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 시인의 -우리가 물이 되어-음미하고 손글씨 쓰기

펜글씨 道

by 타타오(tatao) 2021. 2. 28.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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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학생 시절 문학을 사랑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문학소녀들을....사랑했는지도 모르겠어요.ㅎ

저는 무식했지만 그녀들은 매우 유식해서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를 이바구하며 아메리카노를 홀짝거렸고 강은교 시인의 시를 읊조리며 아스라한 표정을 짓곤 했습니다. 지금 와서 그녀의 사진을 보니 독특한 매력이 있군요.

강은교 시인

그녀의 시는 어떨까요?

그 당시 문예적 취미를 가진 청춘남녀들, 특히 국문학과, 문예창작과 등의 재학생들이 너도나도 입에 달고 다녔던 강은교님의 시-'우리가 물이 되어'를 감상해보시겠습니다. 도대체 이 시의 어떤 부분이 당시 젊은이들의 가슴을 지징 울렸던 걸까요?

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處女)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느낌이 어떤가요? 뭔지 모르지만 입안에서 향기를 내며 구르는 언어들의 유리알 유희가 느껴질겁니다. 아님 말고.ㅎ

내친 김에 제가 당시 시인의 내면으로 이입하여 느껴보렵니다. 그리고 손글씨로 써보려해요. 

그녀는 사랑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마도.

그런데 세상 에너지가 그렇듯이 사랑에도  물이 있고 불이 있습니다.

물의 에너지: 휴식 저장 하강 지혜 입니다. 그래서 노자도 물같은 성질을 사랑하시어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씀도 하셨지요?

시인은 언어를 사랑한만큼 지혜를 사랑한다고 보입니다. 그래서 사랑을 할 때도 물과 물이 만나듯 유려하고 운치있게 사랑하고 싶었겠지요. 서로가 서로를 허용하며 애무하듯 젖어들다 스며들고 봄햇살에 얼음장이 녹아 물흐르는 소리 졸졸거리듯 그런 낭만촉촉한 사랑을 원했울거란 느낌입니다. 그러면 그 어느 가문 순간에도 사랑스럽지않겠어요?

삶의 도처에 죽은 나무뿌리같은 나날들...거길 적실 수만 있다면 그 아니 좋겠어요? 더구나 그 지혜가 생명의 원천인 앎의 바다, 생명성의 바다에 이르게 된다면!

 

하지만 지금 우린 열정적 사랑으로 타오르고 있죠.

불의 에너지: 상승 분열 확장 입니다.

서로의 살을 먹어버릴듯 물고 빨며 정염의 불길로 타오르며 서로를 살라가죠. 소유와 존재 사이에서 소유에 치우친 사랑, 타버리고 나면 허무한 검은 빛의 재만 남아 뼈무더기처럼 쓰러진 서로의 육체마저 희미해지는...이런 사랑, 이건 과정일 지언정 목적지는 아니란 생각이 드는건 나뿐인가요?

그대는 나와 살이 닿아있고 부벼지는 이 순간에도 실은 너무 멀어요. 우린 생각의 결이 다르죠. 당신은 나라는 악기를 켤줄 몰라요. 만리 밖에선 그대여. 그대는 내 눈동자 속에서도 나를 찾겠죠. 당신은 나와 입맞추면서도 날 기다리고 있겠죠. 내 전체가 당신에게 쓰러져 하나 될 날을.

물론 나도 기다리고 있답니다. 언제가 목마르듯 서로를 탐하지 않으면서도 서로가 해금의 채와 현처럼 지잉~ 울려오게 될 날을. 환상을 태우고 남은 욕망마저 숱처럼 푸시시 꺼져가는 소릴 낼 즈음에...

그때 그대여. 부디 한계 짓지 않고 소유하려 함이 없이 그저 한 없이 넓고 깨끗한 내면을 향해 걸어들어 오시길!

강은교 그리고 타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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