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인문학] 가을 秋-이 정도 알고 가도 괜찮잖아?
우리에게 가을은 아름다운 계절이다. 무더움도 쉬어지고 장마도 스러진다. 이 서늘함 속에 익은 곡식과 과일의 맛이 바람처럼 불어온다. 가을은 ~~을 끊다-라는 의미의 고어 '갓다'에서 비롯된 것, 즉 가을은 끊어냄이 기본이다. 그것을 아는 가을산의 나뭇가지들은 떨켜를 만들어 그렇게 애지중지 기르던 잎사귀들을 바람결에 떠나보낸다. 빨갛게 농익은 사과도 이제 더 이상 양분을 흡수하려 하지 않고 중력에 맡겨 한없이 아래로, 뉴튼의 정수리로 몸을 던진다. 봄비와 가을비는 성질이 다르다. 봄비는 생육의 힘이 있어서 맞으면 쑥쑥 자라지만 가을비는 추살의 비다. 그나마 버티고 있던 생명 들을 가차없이 떨궈내는 힘이 있다. 그래서 머리털 아까운 분들은 가을비는 특히 맞지 않아야 한다. '가을비 우산 속'이라는 노래도 있..
문자인문학(문자의 뿌리, 어원)
2020. 9. 17. 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