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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을 든 지 꽤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오늘 문득 맨 처음 붓을 들었던 시절의 초심이 떠오른다.
나는 붓으로 어떤 경지에 이르고자 했는가?
글씨에 사람을 살리는 기운이 서리길 바랬다.
또 사람을 활성화시키는 기운이 충만하길 상상했다.
배고픈 집에는 풍요가 몰려들게 하고 외로운 집에는 정이 차고 넘치게 되길 바랬다.
하여 그런 글씨를 일러 활인신필(活人神筆)이라고 부르기로 스스로 다짐했다.
그리고 난 서예를 깊이 파고들고 싶어서 직장에 사표를 냈다.
그리고 서예를 해 온지 33년.
내가 꿈꾸던 그런 붓질이 나왔을까?
음….택도 없다.^^;
그런 활인신필은 단지 내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었을까?
봄 햇살을 마주하고 철쭉이 난만한 전원을 바라보며 깊이 생각에 잠겨 본다.
그런 글씨가 되려면 무엇이 모자랐을까?
오늘 고서를 읽다가 그 단초를 발견한다.
글씨에 기가 들어가야 한다. 음…그건 33년 전에도 생각했던 것이다. 밤늦게 혼자 대자 종이 펼쳐 큰 붓을 휘두르면서 악비장군의 용맹함으로 무장의 기운을 함뿍 담아 쓰기도 해봤다. 독수리가 먹이를 노리는 그런 눈빛과 기세로 글씨를 그어보기도 했다. 손바닥에 기운을 모아 그 기운이 붓끝으로 영글게 되면 써보기도 했다.
물 위에 띄운 배에서 노를 젓듯이 붓을 중봉으로 가누어 보기도 했다. 내 붓에는 어느 정도 기(氣)가 들어갔을 것이다. 기운 충만한 글씨를 위해서 명상과 기수련은 또 몇 년을 했던가?
그런데 오늘 의외의 답을 얻은 듯 하다.
내가 바란 그런 글씨-사람을 살리는 글씨는 기(氣)를 넣는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거기엔 기(炁)가 담겨야 하는 것이었다.
예전엔 그 글자가 같은 뜻인 줄 알았다. 둘 다 기운 기이니까. 이런….
이제야 철이 드나 보다. 그리고 뭔가를 깨닫는 게 다 때가 있나 보다.
기(氣)는 일반 자연계의 에너지라면 기(炁)는 그 기 중에서 순수한 정수를 모은 기운이다.
그것을 순양진기(純陽眞氣)라고도 한다.
기(氣)가 범부의 힘이라면 기(炁)는 선풍도골(仙風道骨)의 기운이라 보면 되겠다.
그렇다면 그런 순수한 기운은 어떻게 얻는가?
그런 신령한 기운은 먼데 있는게 아니었다. 내 몸 안에 있다.
신중신(身中神)!
내 안에 신을 발현하여 그 기운을 영글게 하면 그 신이 하늘과 결합한다.
즉 신으로 신을 부르는 것이다. 그래서 고인은 인내천(人乃天)이요 천인합일(天人合一)이라 했던가?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붓질을 할 적에 힘줄의 기운은 오히려 쉬어줘야 한다.
오늘 스스로 점검하는 의미로 이런 글을 블로그에 다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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