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글씨와 사랑의 불지옥
난 펜글씨라는 짭쪼름한 취미를 갖고 있다. 마음이 적적하거나 뿌리 모를 불안이 땅거미처럼 엄습할 때 난 펜을 잡는다. 그리고 누군가의 주옥같은 글귀를 적는다. 한 자 한 자 정성껏- 특히 가장 맛난 감정을 먹고 싶을 때는 사랑의 글귀를 쓴다. 고운 사랑 영화 속에 사랑 글귀는 잘 모아져 있으니. 내가 사랑의 글귀를 펜으로 쓰면 내 안에서 난리가 난다. 당신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내 심장 한쪽 구석에는 사랑의 에너지체 덩어리들이 서로 엉켜서 죽은듯 숨만 쉬고 있다. 애욕에 비틀거리며 배회하는 녀석, 애증으로 탔다 식었다 한 녀석, 사랑을 못 다 이뤄 허구한 날 눈물짓는 녀석, 사랑 따윈 질렸다는 녀석... 그 모든 탁한 사랑 덩어리들이 사각사각 소리에 눈을 뜨고 꿈틀거린다. 그리고 그 소리의 진원지인 밝은 ..
펜글씨 道
2020. 10. 4. 13:20